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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 전경

바닷가의 추억 2008. 9. 17. 20:26
 

 

 

소매물도…여름엔 기암, 10~11월엔 해상 물안개가 절경

 

남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그리워지고 있다.  바람이 살랑대기만 해도 섬에 가고픈 유혹이 일면 곧 쉬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절박한 공간에 있어봐야 한다. 되도록 외지고 멀리 떨어진…. 그래야 무엇이든 그리워지게 될 테니. 그런 시간 싸움 끝에 도시의 느낌이 조금은 더 포근해지지 않을까. 섬은 단절된 시간만큼이나 육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그곳에 가면 지난 일에 대한 그리움이 샘처럼 솟기도 한다.


비를 뿌릴 것 같은 잿빛 구름이 오가는 사이 통영을 떠난다. 작은 섬들이 배가 지나갈 때마다 마치 흩어졌다가 돌아온 고향 친구처럼 나타났다. 육지와 섬과 바다의 경계를 구분 짓기 힘든 한려수도의 다채로운 모습이다. 이곳의 섬들은 아득한 동해나 질펀해 보이는 서해와는 다른 맛이 있다. 수학적으로 계산된 정교함과는 다른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으며, 때론 성채 같이 다가오지만 친근한 느낌도 든다.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인물이 잘나거나 못나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차이 없이 어우러지는 것처럼 쪽빛 남해의 풍경들은 만상이 모두 다 소중하다는 묵시를 담고 있다.


 

 

▲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색은 많은 생각을 일깨운다.

일찍부터 통영은 부산에서 여수를 잇는 항로의 중심이었다. 삼도수군통제영이 옮겨온 1604년 이후 각종 병선과 곡식을 나르며 배의 출입이 빈번했으니 약 400여 년 동안이나 남해바다 사람들의 터전이 되어 온 셈이다. 난류가 흐르는 해역은 수산업의 중심도시로 일본과 중국의 무역항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 자동차가 증가하고 마산~통영간 국도가 확장되자 연안여객선은 차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다가 대전에서 진주를 잇는 고속도로가 완성되면서 통영은 다시 육상과 해상교통이 활발한 곳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물안개 속의 섬, 신비스런 느낌 연출


▲ 바다로 향해 가는 사람들.

통영에서 뱃길로 26km 떨어진 소매물도는 참 특별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기암과 푸른 초지, 매끄러운 몽돌해안과 등대섬 등 섬이 갖는 온갖 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시시각각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사진여행 대상지로 이만큼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섬도 드물다. 날씨만 잘 선택하면 중무장한 사진작가들을 능가하는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곳 역시 소매물도다. 단절된 곳을 그리는 사람들이나 진풍경을 찾는 사진가들에게 소매물도는 이상향처럼 존재해 온 곳이다. 섬 언덕엔 폐교된 분교가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매물도는 더 이상 외로운 섬은 아니다. 보이는 풍경 자체로 완성도 높은 프레임이 되는 소매물도에서 사진을 못 찍으면 좀 부끄러운 일이다. 해발 157m의 망태봉에서 내려다보며 무심히 셔터를 눌러도 소매물도 전경은 부족함이 없다. 1934년 간행된 통영군지에 매미도로 되어 있는 매물도 옆 작은 섬이란 뜻의 소매물도는 웃매미섬이라고도 부른다. 면적 0.51㎢, 해안선 길이 3.8km, 최고점 157.2m, 주민 50여 명.


▲ 물결과 몽돌이 얼어붙는 듯하다.

매물도는 인근의 대항, 당금 부락에서 매물(메밀)을 많이 생산하여 부르게 된 지명으로 전해진다. 1904년경 이 섬에 가면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김해 김씨가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섬에 찾아가는 걸 보면 이 예견은 틀린 말이 아니겠다.


소매물도의 북서쪽에는 가익도(加益島), 남동쪽에 등가도(登加島)가 있다. 이 섬들은 중세 유럽의 성과도 같이 바다 위로 불쑥 솟은 특별한 풍경을 보여준다. 물안개  피는 가을엔 이 섬들이 있어 신비스런 느낌을 연출하기도 한다.


▲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매물도.

통영엔 아름다운 8경이 있다. 미륵산에서 본 한려수도, 한산도 제승당에서 본 한려수도, 소매물도 등대섬, 남망산 공원, 연화도 용머리, 사량도 옥녀봉, 통영대교와 판대목 야경, 한려수도 일몰 등이다. 그 중 기암괴석과 총석단애로 이루어진 소매물도의 등대섬을 특히 절경으로 꼽는다. 썰물일 때는 이 두 섬이 연결되어 건너다닐 수 있다.


▲ 아름다운 기암과 초지가 조화로운 등대섬. 물때를 맞추면 소매물도에서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소매물도의 경관은 다시 금방 날아오를 듯한 용바위, 의젓하게 미소 짓는 부처바위, 깎아지른 병풍바위, 목 내민 거북바위, 하늘을 찌를 듯한 촛대바위 등이 둘러섰고, 사이사이로 바위굴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중 글썽이굴엔 중국 진(秦)나라 시황제의 신하 서불 일행이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들렸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글귀를 새겨놓았다 한다. 이곳은 배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어 한층 묘미가 있다.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매물도 한눈에 들어와


대개의 바닷가에 있는 기암들은 촬영시점이 낮아 불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매물도 바위들은 시점이 다양하여 사진적으로 유리하다. 소매물도 정상 망태봉에서는 등대섬 전체가 조망되며 거꾸로 등대섬에선 소매물도와 매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차차 시점을 낮추면 총석단애가 있는 해안가에서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초지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 물길이 열릴 때 몽돌 해안을 따라 등대섬으로 건너간다.


▲ 일몰의 여운은 일출보다 길다. 그 앞에서 나누는 대화의 여유도 길어지게 마련.

등대섬은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매물도를 조망할 수 있다. 길을 따라 내려가며 등대섬으로 연결되는 길은 풍경사진의 교과서 같은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순순히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해도 사진가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 어딘가에 있을 자기 시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쉽게 다가오는 정경들은 차라리 함정이라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풍경과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소매물도 만큼 큰 선물도 없을 것이다.

 

 

 

소매물도 가는길(승용차 기준)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에서 진주를 거쳐 통영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소매물도 가는 배는 통영과 거제도 저구항에서 탈 수 있다. 통영에서 소매물도까지는 70분, 저구항에서는 30분 걸리지만 통영에서 거제도까지 가는 시간이 있으므로 서울에서 통영을 거쳐 소매물도로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객선(매물도 페리호)은 1일 2회(07:00, 14:00) 운항(90분 소요)하며, 토·일요일은 11:00에 한 번 더 운항한다(70분 소요).